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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내게줄당기기보존회 회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류민기 기자
교과서와 여행안내서, 미디어를 통해 자주 보게 되는 국가유산은 이미 상식처럼 익숙하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상남도에만 모두 41건의 무형유산이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름과 내용, 그것을 지켜온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지역 유산을 조명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고, 그때마다 '기록의 필요성'과 '계승의 위기'가 이야기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심은 쉽게 흩어진다. 이 기획은 단순히 지역 유산을 나 야마토연타 열하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시간과 감각 그리고 그것을 오늘까지 이어온 사람들의 현재를 차분히 따라가며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일이다.
12일 오후 7시, 밀양 감내게줄당기기 전수교육관 지하 1층 연습실. 약 30명이 둘러앉은 이곳에서는 매주 목요일 무형유산 전승 교육이 진행된다. 첫째·셋째 주에는 국가무형유산인 '밀양 바다이야기게임 백중놀이', 둘째·넷째 주에는 경상남도 무형유산인 '감내게줄당기기' 교육이 이뤄진다. 이날은 감내게줄당기기 전승 교육을 하는 날이었다.
감내게줄당기기보존회 회장단이 바뀌고 진행되는 첫 교육에서 새 회장인 박종우 보유자는 회원들에게 일정을 공유하고 감내게줄당기기의 유래와 목적을 상기시켰다. 뒤이어 추현태 이수자(밀양백중놀이보존회 회장)가 명 릴게임모바일 칭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며 보존회 내부적으로는 토박이말인 '감내끼줄땡기기'를 쓰자고 제안했다. 박 회장도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밀양아리랑 가사를 보면 경상도 사투리가 반 있습니다. 아리랑을 사투리로 불렀을 때, 또 표준말로 불렀을 때 흥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다른 지역에서 우리의 사투리로 (밀양아리랑을) 부르면 뜻을 알지 못해도 소 손오공릴게임예시 리만으로 정감이 느껴집니다. 우리 회원들께서 전부 좋다고 하면 명칭을 바꾸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명칭 이야기가 끝나자 앉아 있던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물놀이 악기를 하나씩 챙긴다. 누군가는 꽹과리를, 누군가는 징을, 또 누군가는 장구나 북을 잡으니 연습실 안 분위기는 고조되고 신명은 더해진다. 오리지널골드몽 악기를 들지 않은 회원들도 가락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얼쑤, 절쑤!
12일 오후 밀양 감내게줄당기기 전수교육관 지하 1층 연습실에서 감내게줄당기기 전승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류민기 기자
어느 마을서 게잡이 명당 차지할 것인가
감내게줄당기기부터 알아보자.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감천리(甘川里) 일대의 감내들을 관류하는 감천변(甘川邊)은 비옥한 농경지를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게가 많이 잡혔다고 한다. 이 게를 잡기 위해 서로 좋은 목을 차지하려다 보니 자연히 다툼이 일어나고 이웃끼리의 반목이 생기는 등 인심이 거칠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폐단을 우려한 마을 사람들이 게줄당기기를 하여 이긴 쪽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도록 한 것이 놀이의 동기라 한다. 그러나 이는 본디 나무꾼들이 지게꼬리 끝을 잡아맨 것 두 개를 맞걸어서 두 사람이 목에 걸고 마치 게가 기어가는 것처럼 서로 반대 방향으로 기어가며 놀던 놀이에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줄다리기는 줄을 당겨서 끌어간 쪽이 이긴다. 단순하면서도 단순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은 어떤 줄을 쓰는가,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는가, 줄다리기 전에 어떤 의례와 의식이 이뤄지는가, 줄을 당길 때 어떤 행동을 하는가 등에 따라 나타나는 모습이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짚을 꼬아서 줄을 만든다. 줄다리기는 줄이 하나인 외줄다리기, 두 개의 줄을 결합한 쌍줄다리기, 몸줄과 곁줄을 연결한 게줄다리기로 나눌 수 있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줄다리기는 이 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세 형태가 모두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감내게줄당기기는 게줄다리기에 속한다. 둥근 줄 주위에 게의 발처럼 곁줄이 달려 있다. 곁줄을 목덜미에 걸고 몸을 낮춰 손발로 땅을 짚고 기어 일정한 시간 동안 줄을 끌어오는 쪽이 이긴다. 소수의 인원이 곁줄을 목에 걸고 엎드려 당긴다는 점은 수십 명이 마주 서서 외줄이나 쌍줄을 당기는 점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회원들이 밀양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류민기 기자
밀양아리랑과 어울려 얼쑤, 절쑤!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날 좀 보소 // 동지섣달 / 꽃 본 듯이 / 날 좀 보소 // 아리 당닥궁 / 쓰리 당닥궁 / 아라리가 났네 //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이번에는 전승 교육이 진행되는 연습실 가득 밀양아리랑으로 흥이 북돋는다. 세마치장단의 힘이 느껴지는 밀양아리랑은 감내게줄당기기에서 '농발이놀이'를 할 때 가사를 일부 바꿔 부른다. 농발이놀이는 한 사람이 엎드린 상태에서 옆으로 두 사람을 뉘어놓고 양손으로 잡고 일어나서 도는 놀이다. 마을별로 으뜸 장사인 수농부(首農夫)를 뽑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됐나?", "됐다!" "됐나?", "됐다!"
농발이놀이에 이어 터 빼앗기가 진행된다. 수농부들이 나와 2인용 게줄을 당겨 이긴 마을이 유리한 자리를 선택한다. 이어 게줄당기기가 시작됐다. 심판인 줄도감이 징을 치자 참여자들은 있는 힘과 없는 힘을 짜내며 줄도감이 100까지 셀 동안(약 3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풍물 가락이 더해져 연습실의 열기는 후끈해진다.
감내게줄당기기는 앞놀이·본놀이·뒷놀이로 구성된다. 준비 과정에 해당하는 앞놀이는 박씨할매당산제-오토지신풀이(터 밟기)-줄 드리기-농발이놀이-지게목발놀이-터 빼앗기로 구성되며, 본놀이는 게줄당기기, 승자와 패자가 어울리는 뒷놀이는 화동마당으로 이뤄진다. 민요도 밀양아리랑뿐 아니라 당산제·오토지신풀이·젖줄디리기소리 등 다양하다.
게줄당기기 승부가 나자 회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류민기 기자
"정월대보름 행사서 묵은 액 다 날리고 새로운 복 받으시기를"
감내게줄당기기는 영산줄다리기(국가무형유산)·의령큰줄땡기기(경상남도 무형유산)·남해선구줄끗기(경상남도 무형유산)와 함께 2015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소재지가 경남 이외 지역의 줄다리기로는 기지시줄다리기(국가무형유산·충남 당진)와 삼척기줄다리기(강원특별자치도 무형유산·강원 삼척)가 있다.
줄다리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이 협력한 가운데 인류무형유산에 공동 등재됐다.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국은 줄다리기가 풍농을 기원하며 벼농사 문화권(도작문화권)에서 행해지는 대표적인 전통문화라는 점에서 무형유산적 가치를 평가했다.
관심을 기울인다면 감내게줄당기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28일부터 3월 3일까지 창녕군 영산면 일원에서 '제65회 3.1민속문화제'가 열린다. 보존회는 1일 낮 12시 20분 영산국가무형유산놀이마당에서 초청 공연을 펼친다. 이어 정월대보름인 3일에는 밀양강 둔치 야외공연장에서 재현 행사와 달집태우기 등을 한다.
밀양시는 4월부터 10월까지(7·8월 미개최) 매주 토요일 영남루 마당에서 무형유산 상설 공연을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감내게줄당기기를 비롯해 밀양백중놀이·밀양법흥상원놀이·밀양 작약산 예수재·용호놀이 등 밀양의 무형유산을 선보인다.
감내게줄당기기 박종우 보유자는 "어떻게 보면 정월대보름 행사는 한 해를 시작하는 행사다. 3월 3일에 밀양강 둔치에 많이 오셔서 1년 묵은 액을 다 날리고 새로운 복을 받으셨으면 한다"며 "영남루에서는 토요 상설 공연이 열린다. 국보도 구경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 무형유산이 많은데, 주말마다 다른 행사를 하니까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내게줄당기기 재현 행사 모습. /감내게줄당기기보존회
감내게줄당기기 재현 행사 모습. /감내게줄당기기보존회
/류민기 기자

